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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9 '부드러운 검사'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을 보며
 글쎄 ‘검사다운’ 모습이 뭐냐고 물어 온다면 난감하긴 하다. 그래도 그에게선 검사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목에 힘을 주고 무표정의 그런 검사를 얘기하는 건 아니다. 사진만 봐서는 검사 보다는 음악가나 예술가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져서다. 배우 기질도 느껴진다. 옆에 있는 신문을 집어들고 1면에 난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의 사진을 본다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원한 ‘청소년 지킴이’ 강지원 전 검사를 연상시킨다.

 6월21일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내정 발표 당시 권재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

진 전 서울고검장과 함께 1착으로 사표를 내던질 때 ‘남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미련 없이 검찰을 떠나는 모습이 신선했다.
 권 전 고검장의 사의 표명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느 누구보다 실망감이 컸을테니 말이다. 그는 검찰 내 위상이나 이명박대통령 부인과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점 등에서 보면 가장 차기 총장에 근접해 있었다. 대구 출신이라는 점이 양날의 칼이 되긴 했지만.


 김 검찰총장 내정자에게는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사실 총장 후보로는 권 전 고검장과 함께 사시 21회 동기들인 문성우 전 대검차장이나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이 더 앞서 보였다. 그래서 천 전 지검장 내정 발표 직후 곧바로 다른 간부들 보다 앞서 밝힌 그의 사의 표명은 다소 의외였다.


 천 전 지검장 낙마 이후 다시 오르내린 하마평에서도 그의 이름이 오르긴 했다. 하지만 한때 후보군에서 탈락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재산이 적잖고 취미가 호사스러워서라는 그럴듯한 이유와 함께. 실제로 그는 지난 3월 공직자 재산신고 때 23억여원을 신고했다. 취미는 조소와 승마이고 한때 요트를 배워볼 생각도 했다고 한다. 떡볶이 집 방문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와는 거리가 있다.


 청와대가 검찰총장 인선에서 지역정치학적 요인을 고려했다면 서울 출신인 그는 매력적인 카드다.

 인사때마다 출신지역을 따져 분석하는 건 불행한 일이지만 현실이 어쩔 수 없다. 유력 후보 5명 중 1명은 대구, 1명은 부산, 2명은 호남 출신이었다. 대구·경북 출신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대구 출신을 낙점했다가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출신) 논란이 재연될 게 분명하다. 대구와 부산지역은 서로 대립적인 이명박정부와 노무현정부의 지역기반이라는 점에서 부산 출신을 선택하기도 꺼림직 했을 법하다.
 과거 TK 정권의 행태로 봐서 호남 출신 인사를, 그것도 사정의 중추인 검찰총장에 앉힐 리는 만무하다. 김 내정자와 막판까지 경합한 것으로 알려진 신 전 광주고검장도 출생지는 강원도지만 호남지역에서 성장해서 그쪽 출신으로 분류된다.
 천 전 지검의 발탁에도 그가 영,호남 어디도 아닌 충청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충청권에서 이번에 수도권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청와대가 설명한 김 내정자 낙점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수사 분야를 경험했을 뿐 아니라 국제적 안목과 식견도 갖췄다”는 점이다. 김 내정자의 국제 감각이 뛰어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을 맡고 있고 영어에도 능통하다. 주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과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을 지냈다. 

 수사 경력은 검찰내 양대 산맥인 공안부나 특수부와는 거리가 멀다. 형사부와 기획부서에 주로 근무했다. 1997년 수원 특수부장 재직시절 ‘병원시설자금 비리사건’ 수사와 2003년 수원지검 1차장 때 지휘한 ‘영생교 신도 암매장 사건’ 수사 정도가 이력서에 넣을만하다.

 이런 저런 요인을 종합해 보면 그의 발탁배경은 ‘무색무취’로 평할 수 있다. 우선 출신지역 논란에서 자유롭다. 상처를 입기 쉬운 공안부나 특수부 쪽과는 거리가 멀다. 재산이나 취미가 눈에 띄지만 검증과정에서 해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친이 일본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넉넉한 집안이라 상속 받은게 많고, 승마는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일 뿐 값싼 승마장을 이용하며, 골프와 술과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리버럴하다. 격식과 틀 보다 자유분방함을 즐기는 것 같다. 낭만도 있다. 때로 그게 지나쳐 쇼로 비쳐지기도 한다.


 29일 검찰총장 내정자로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첫 출근길은 그의 그런 모습을 잘 드러내 준다. 


 통상 검찰 간부들은 중앙지검 청사 현관에 승용차가 도착하면 내리는데 그는 달랐다. 검찰과 법원 중간 지점에서 승용차에서 내려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왔다. 그리고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현관에서 서울고검 건물을 올려다보는 모습은 검사 보다 배우에 가까웠다.

 그는 “감회가 새로워 걸어올라 왔다”고 했다. 하긴 2001년 서울지검 형사2부장을 끝으로 서울지검에서 생활할 일이 없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형사부장 지낸 후로 여기를 떠나고 나서 이 건물에 한번도 못 들어왔다. 못 들어왔다는 말이 좀 이상한데 인연이 없었다. 검사장 고검장도 여기서 못하고, 못했다기 보다 그럴 기회가 없어서. 이 건물과 인연이 없었는데 이렇게 오게됐다”는 그의 말에서는 지나친 솔직함까지 느껴진다.

 2007년 3월 대전지검장으로 취임할 때에도 취임식 관행을 깨고 떡과 과일을 차려놓고 직원들과 자축파티를 한 데서 그의 리버럴한 모습을 알 수 있다. 취임식 관행은 일제잔재 내지 군사문화의 찌꺼기라고 본다고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설명한 적 있다.

 “검찰하면 딱딱하고 권위주의적이라는 국민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기존 관행인 취임식과 직원신고를 없애고 간단하고 자연스런 취임 축하모임을 가졌다.”(07년 3월7일 중도일보 인터뷰에서)

 김 내정자의 발탁으로 검찰에 앞으로 상당한 변화가 예고된다. 지금껏 엄숙주의가 흐른 검찰이 ‘알부검’, 즉 ‘알보 보면 부드러운 검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98년 초대 청소년보호위원장으로 임명된 강지원 전 서울고검 검사는 당시 검찰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10여년새 검찰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최고 수장까지 리버럴한 인물로 바뀌었으니 검찰의 변신이 주목된다. 김 내정자도 이날 출근길에서 “검찰이 권력 권한만 갖고 싸우다 실패했다. 국민의 사랑과 지지가 필요하다.”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국민이 가깝고 친근하게 여기는 ‘알부검’은 반길 일이다. ‘영감님’, ‘대감님’으로 불리며 국민 위에 군림하고 거들먹 거리던 시절과 격세지감이다. 거악을 척결하는 데에는 추상처럼 대하면서도 억울한 국민에게는 한없이 인자하고 너그러울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잘 아는 검사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누굴 잡아넣기 위해 이것저것 가져다 붙이는 이른바 '별건수사'에 질색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대전지검장으로 근무할 때에는 '
섬기는 마음상, 따뜻한 마음상'을 신설해 검사와 직원들의 변화를 주문했다.

 ‘부드러운 검찰’은 환영할 일이지만 ‘우유부단한 검찰’이어서는 안 된다. 

 사정수사의 성패는 타이밍에 달려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 상황을 봐가며 신속하게 수사 개시와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대형쇼를 연출해서 분위기를 바꿔보려다가는 큰 화만 부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사해 놓고 신병처리를 놓고 여론조사하듯 주변을 살피며 결정을 미뤄 불행한 결과를 낳았다는 한 법조계 원로의 지적은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대전지검장 근무시절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일부 국회의원들의 국감 향응파문 수사를 경찰로 떠넘기는듯한 식으로 우물쭈물 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경우에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도 강단있게 소신과 원칙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검찰 조직 속성상 검사가 지나치게 ‘리버럴’해서도 안 된다. 자유분방함이 기강 해이나 느슨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내고 개개 검사가 자기 목소리만 내는 건 곤란하다.

 김 내정자가 어려운 시기의 검찰을 안정시키고 진정한 ‘알부검’을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검찰의 변화는 잘 연출된 일회성 쇼로 끝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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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러그세계